부르사 이틀째, 오늘은 으르간드 다리와 예실 자미를 가기로 했다. 어제 18,000보를 걸어서 그런지 나도 짝지도 몸이 조금 무겁다. 9시 반쯤 늦게 일어나 씻고 주섬주섬 차이를 끓여 마셨다. 12시가 넘어서야 우린 숙소를 나와 부르사가 원조인 유명한 이스켄데르 케밥을 먹기로 했다.
케밥 하면 떠오르는, 튀르키예 사람이 두꺼운 고기를 꽂아놓고 회전시키며 굽고, 칼로 얇게 썰어서 접시에 담아 길거리에 서서 후딱먹는 간편식? 을 생각해 왔는데, 실제 튀르키예에 와서 보니 그런 간편식뿐만 아니라 고기를 굽거나 조리해서 다른 야채나 소스 등과 곁들여 먹는 한 끼 식사였다. 그냥 우리식으로 하자면 밥 한 끼, 식사인 것이다.
이스켄데르 케밥집은 부르사에도 몇 군데가 있다고 하는데 원조격이라는 집을 찾아갔다.
Kebapçı İskender (Mavi Dükkan)
https://maps.app.goo.gl/UrTARvpcFt8ym32UA
테이블이 10개밖에 없는 작은 내부, 메뉴도 오직 이스켄데르 케밥밖에 없는 집이다. 가게 벽면은 가게의 역사를 보여주는 각종 오래된 사진들이 걸려있고 분위기가 아주 튀르키예적이다. 때마침 지점 순찰에 나선 ceo가 안에 앉은 손님들에게 인사하며 자기 가게의 역사를 벽면의 사진을 가리키며 자랑스럽게 설명한다. 우리에게도 사진상 인물들이 자기 아버지와 할아버지라면서 자랑스럽게 운전면허증까지 꺼내 들고 자신의 성(sur name)이 이스켄데르임을 인증까지 해준다ㅋㅋ 이 사람 왜 이래?ㅎㅎ
종업원들도 친절하고 ceo가 현장에 있어서인지 몰라도 빠릿빠릿하게 움직인다. 금세 기다리던 이스켄데르 케밥이 나오고 직원이 끓는 버터를 부으려는 찰나, 짝지가 갑자기 그 사람한테 *Wait!! 하더니 동영상 촬영을 위해 폰을 급하게 만진다ㅋㅋㅋ 그 직원은 매번 있는 일인 듯 씩 웃더니 짝지를 기다려줬다.
토마토소스가 살짝 깔린 접시 위에 얇은 빵이 먹기 좋게 조그맣게 잘라져서 깔려있고 그 위에 양고기가 얇게 썰려서 요거트와 함께 올려져 있다. 야채로 토마토와 구운 풋고추? 가 올려진 모습. 나야 워낙 튀르키예식 식사에 거부감이 1도 없어 맛있게 잘 먹었고, 짝지는 반접시 정도 먹고 포크를 놨다. 맛은 있는데 느끼한 모양. 덕분에 나는 짝지 것까지 배부르게 다 먹었다. ceo가 손님들과 우리에게 맛은 어떠냐고 물어보고 또 오라고 인사하며 나갔다. 자부심이 대단한 거 같다.
식사를 마치고 가게 밖으로 나와 이것저것 가게 사진을 찍으며 서성거리는데 한 직원이 나를 물끄러미 보더니 혹시 차이 마실 거냐고 하는 것이었다. 넹? 당연히 ok. 옆골목에 작은 의자와 테이블이 놓여있었는데 여기 앉으라더니 커피나 차이 뭐로 마실래? 우린 차이로 주세요. 덕분에 공짜로 차이도 마시고 짝지가 햇빛 때문에 나랑 자리를 바꾸는 걸 보더니 그늘자리로 앉으라고 자리도 옮겨주고. 아무든 이런 식의 친절함과 섬세한 대접을 받으면 이 가게와 튀르키예를 좋아하지 않을 수가 없다.ㅎㅎ
감사한 공짜 차이를 다 마시고 나서 으르간드 다리를 갔다. 이탈리아 베키오다리와 비슷한 컨셉인데 다리 길이나 규모가 훨씬 작다. 다리 위에 기념품가게들이 있는데 오늘이 월요일이라 그런지(이슬람은 월요일이 휴일) 문을 닫은 가게들이 더 많다. 잠깐 다리 구경 및 사진을 찍고 걸어서 5분 거리에 있는 예실 자미로 향한다.
으르간드 다리 - Irgandı Köprüsü
https://maps.app.goo.gl/vmMF3jq5WNgaEZ7m7
예실 자미 - Yeşil Cami
https://maps.app.goo.gl/v2Z9BsEac8fnb22HA
예실자미를 가는 길에 우연히 진입한 시장, 역시 로컬 시장 구경은 항상 재밌다 ㅎㅎ
예실은 그린, 녹색이란 뜻. 자미 벽면에 파란색으로 칠해져 있는데 그 때문인 거 같다. 스카프를 쓴 짝지와 함께 자미안을 들어갔는데 사람은 거의 없다. 이슬람 사원, 자미는 우리식으로는 그냥 동네에 있는 흔한 교회들의 개념인 거 같다. 그만큼 많은 자미들이 부르사 곳곳에 있고 수시로 자유롭게 사람들은 기도를 하러 자미에 간다. 물론 다 같이 기도하는 시간은 하루에 몇 번씩 정해져 있는 것 같으나 꼭 그 시간에 참석을 못해도 상관없이 언제든 자유롭게 출입이 가능한 거 같다. 예실 자미 바로 옆에 또 다른 자미가 있길래 들어가 봤더니 거기는 자미가 아니고 10개의 관이 있는 어떤 술탄과 그 자식들의 무덤이었다.
구경을 하고 나와 급격하게 피곤해진 우리는 숙소로 복귀해서 낮잠을 잤다. 일어나니 시간이 벌써 pm 6:30. 일단 나가서 마트에 들러 간식거리, 차이 잔, 라면을 사서 숙소에 다시 복귀하고 짝지가 가져온 라면 스프와 튀르키예 라면에서 스프는 버리고 면발만을 이용해 저녁식사를 해결했다.
내일 새벽 5시에 이스탄불로 출발해야 하는 빡센 일정에 오늘은 무리하지 않고 야간 산책 겸 어제 갔던 울루 자미를 다시 가기로 했다. 울루 자미 한창 기도시간에 안으로 들어가게 되었다. 사람들이 꽉 차서 단체로 기도를 하고 있었다. 우리는 앞쪽으로 가서 구경을 하고 있었는데 관리인으로 보이는 사람이 짝지를 비롯한 몇몇 앞쪽에서 구경하던 여자들에게 뒤쪽으로 물러나라고 손짓을 했다. 알고 보니 남자들은 앞쪽에서, 여자들은 뒤편에서 기도를 하고 있었다. 짝지는 조금 마상먹었다 ㅋㅋ
울루자미안에 들어오면 이상하게 마음이 편하다. 평온하고 기분이 좋다. 이상하다. 난 이슬람이 나쁜건줄 알았는데… 뛰노는 아이들과 기도하는 사람들을 보면 그냥 교회 다니고 성당 다니는 사람들과 다른게 1도 없다.
한참 구경하다가 나갈때쯤 어떤 여자가 짝지에게 어디서 왔냐고 물어본다. 코리아라고 하니까 한국말 몇마디를 쑥스럽게 하고 간다. 짝지는 부르사에서 인싸다. 길 다니면 전부 짝지만 쳐다본다.
12,000보. 일기를 쓰고 나니 12시다. 내일 새벽에 출발을 위해 잠을 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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